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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업계 호령했던 노키아, 애플·삼성·중국에 밀려…
글쓴이 : Toby 날짜 : 11-11-18 09:52 조회 : 34842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업계를 호령했던 핀란드 노키아. 이 회사 스테판 엘롭 최고경영자(CEO)는 올 2월 임직원들에게 "우리는 북해(北海) 한가운데 떠서 불타는 유전(油田) 플랫폼에 서 있다"는 '고백 이메일'을 보냈다.경기불황과 애플의 아이폰 돌풍을 맞아 회사가 생(生)과 사(死)를 넘나드는 경계에 처해 있는 상황을 가감 없이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엘롭 사장의 후속조치는 처절했다. 4월 직원 7000명을 줄이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9월 말 루마니아 클루지 공장을 폐쇄하고 현재는 미국과 독일 사무소 인원을 추가로 감원 중이다. 올 연말까지 추가감원 목표는 3500명. 헝가리·멕시코·핀란드 공장 사업성도 재평가 중이어서 내년에도 인력감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전자업체인 네덜란드 필립스도 감원이란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 회사 프란츠 반 호우첸 CEO는 지난달 "8억 유로의 비용절감을 위해 루마니아 클루지 공장을 폐쇄하는 등 4500명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작년의 7분의 1로 줄어들고, 앞으로도 경기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과 장기 불황 여파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차 감원 칼바람'이 글로벌 기업들에 불고 있다. 이번 감원의 특징은 재정위기 당사자인 금융뿐 아니라 IT기업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점. 주로 유럽연합·미국·일본에 근거를 둔 선진국 기업이며, 최근 불어닥친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 경쟁력에서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 악화에 유럽·일본·미국 IT 업종 감원 속출

전 세계 주요 IT기업의 감원 규모를 조사한 결과, 올 들어 핀란드 노키아·일본 파나소닉·네덜란드 필립스·미국 시스코 등에서 10만명에 육박하는 인력감축 계획이 발표된 것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PC, TV 등 IT·가전제품 시장이 위축되고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부품 가격도 하락해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애플의 약진과 중국 IT업체들의 급성장에 따라 나머지 기업들의 위상이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한다. IT산업이 소프트웨어·스마트 부품 경쟁력 중심으로 재편되는 와중에 유럽 재정위기가 터졌고, 본격적으로 새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 장윤종 박사는 "현재 IT업계는 애플과 구글의 양강 구도 속에 삼성전자란 제조업 강자가 뛰어든 상황"이라며 "나머지 글로벌 업체들은 일단 몸집을 줄이고 재기를 노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IT기업들이다. 일본의 전자부품 업체인 TDK는 엔화 가치 급등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전체 인력의 12%인 1만1000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TDK는 1970년대 카세트테이프에서 시작해 지금은 CD·DVD·HDD(하드디스크)헤드 등 다양한 기록 미디어를 제조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술전문기업이다. 최근 들어 독점생산하던 품목 중 일부가 한국 기업에서도 만들고, 일본 완제품 전자회사들의 부진으로 덩달아 실적이 나빠졌다.

일본 파나소닉은 내년까지 4만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TV·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에 밀린 탓이다. 파나소닉에서 근무하는 글로벌 인력(38만명)의 10% 수준이다. 감원은 희망퇴직 형태로 시행된다.

애플·인텔을 제외한 미국 IT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인텔의 경쟁사인 반도체기업 AMD가 이달 3일 비용절감을 이유로 직원 1200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내년에 1억1800만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통신장비기업인 시스코(1만1500명),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750명), 모토로라(800명), 가전업체 월풀(5000명) 등 미국 IT업체들 대다수가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권과 일부 자동차기업도 강타

재정위기의 당사자 격인 대형은행들도 마찬가지다. HSBC·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금융위기로 수익이 급감하자 대규모 감원에 나서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럽지역 은행들이다.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3500명), 덴마크 최대 은행 단스케 방크(2000명), 영국 바클레이즈(3500명)·HSBC(3만명), 네덜란드 ING그룹(2000명)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들어 금융권 인원 감축 규모는 19만5000명에 달한다. 17만4000명을 감축했던 2009년을 능가하는 규모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은 유럽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T·금융 외에 일부 자동차회사들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감원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앵은 내년에 최대 5000명 감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잘 알려진 중국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회사는 1만7000명의 임직원 중 7000명을 정리하는 대규모 감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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