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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바레 닛폰” 외치며 일본에 투자 … 내가 알던 버핏 맞나요?
글쓴이 : Toby 날짜 : 11-11-22 11:10 조회 : 37651
81세 워런 버핏 또 한번 변신 “유럽엔 투자 않겠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또 한번 변신했다. 여든한 살이란 나이를 잊은 듯하다. 21일 버핏은 일본을 찾았다. 생애 처음이다. 그가 찾은 곳은 이스라엘 공작기계업체인 탕가로이의 생산시설이다. 그는 탕가로이 지분 71.5%를 갖고 있다. 후쿠시마 공장에선 주로 자동차 제작에 쓰이는 공작기계가 만들어진다. 방사능을 내뿜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0㎞ 정도 떨어졌다.

버핏은 헬기로 공장에 도착한 뒤 임직원들과 함께 '포기하지 맙시다. 후쿠시마!'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이어 “오늘은 내게 아주 좋은 날”이라며 “세계가 일본, 특히 후쿠시마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영 나온 후쿠시마 시민들을 향한 덕담이다. 하지만 도쿄 금융시장에선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버핏이 대지진으로 값이 싸진 일본 기업들을 사들일 수 있어 '아주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는 식이다.

실제 그는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올림푸스 분식회계 사건 등에도 일본에 투자할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며 “좋은 회사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 재정위기는 잘못된 유로화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며 "유럽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지난해까지 '경제대국' 일본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일본 경제가 완숙기에 들어가 성장 가능성이 낮아 매력이 덜하다”고까지 말하곤 했다. 그는 2008년 이후 한국·중국·인도·이탈리아·독일·스페인·스위스 등을 방문했지만 일본은 쏙 빼놓았다. 이런 그가 여든 살이 넘어 생각을 과감하게 고쳐먹은 셈이다.

달라진 건 그뿐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버핏이 애널리스트(증권분석가)에 대한 오랜 생각을 털어버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버핏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을 불필요한 존재로 여겼다. 버핏 스스로 버크셔해서웨이 실적을 분석해 편지로 주주들에게 설명할 정도다. 이런 그가 내년 5월 고향인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릴 주주총회에 보험담당 애널리스트 3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력 비즈니스가 보험이다.

버핏은 주주총회 질문 기회 가운데 3분 1을 애널리스트들에게 줄 요량이다. 파격적인 대접이다. 투자전문지 스마트머니는 “버핏은 '애널리스트의 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지만 분기 실적에 민감한 월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을 멀리했다”며 “이런 그가 애널리스트를 초청한 일은 월가와 커뮤니케이션(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변신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버핏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기존 생각도 털어버렸다. 그는 올 3월 이후 IBM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100억 달러(약 12조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그는 인텔 주식도 약 2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월가는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버핏은 빌 게이츠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 주식은 사지 않았다. 그만큼 IT 주식을 시원찮게 여겼다.

버핏은 IT 주식 매수를 공개한 이달 15일 “IBM 경영진은 내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는지도 몰랐을 것”이라며 “IBM이 2015년까지 클라우딩 컴퓨터망 구축 등 유망한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주식을 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버핏은 올 3분기에 유통과 제조업 종목도 대거 사들였다. 평소 금융업 투자에 주력하던 버핏 입장에선 생활용품 생산업체 투자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버핏의 올해 변신은 승계 작업과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그는 토드 콤브스(40)와 테드 웨슐러(50) 등을 영입해 후계자 테스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의 전기작가인 로저 로웬스타인(56)은 “버핏이 한편으론 은퇴를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 1969년 턴어라운드(방향 전환)에 버금갈 만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69년 턴어라운드는 버핏의 사모펀드 청산이다. 그는 57년 사모펀드를 설정해 운용하다 절정기인 그해 과감하게 청산했다. 이후 버크셔해서웨이 경영에 올인해 현재에 이르렀다.

투자전문지인 미국 그루포커스는 “버핏은 절정의 순간에 변신을 추구해 성공했다”며 “그의 이런 특징은 어떤 펀드 매니저도 따라 하기 힘든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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